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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가족처럼 진료/치료하는 관절척추 병원입니다.

해남서 올라오신 반가운 손님^^

2021.06.05 13:46

admin 조회 수:30

 

이틀 전, 병원 외래, 오후 네시경,
반가운 손님(?)이 왔다.
혼자서 진료실 앞에 서서 시익 웃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걸어들어오셨다..
아이구....하면서 서로 일어나 얼싸안고 볼을 비비고.....
보호자도 없이 혼자였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서 `
버스 편으로..그것도 몇번 갈아타고
글자그대로 산넘고 물건너 허위허위 오신 것.
- 허걱, 아침 일곱시에 출발해서 ...
......지금 오신거에요? 혼자?
- 그럼유..이렇게 오래 차를 타고 혼자 올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인디유.
오는 길에 터미널에서도 선전 많이 했슈.
병원 명함 좀 왕창 주세유...
병원명함 30여장 뭉치를 챙기셨다.

두 달 전 내 병원에 처음 오실 때,
두사람이 부축이 아닌 거의 들고 오다시피 했던 분.
대소변도.가리기 어려웠고
고통으로 인해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표정으로..
8년전 지방의 한 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의 통증으로 고생하신 분.
오른쪽 다리는 마비는 물론
근육까지 말라붙어있고(atrophy) ...

CT MRI 소견 보니 .......허걱...
수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남에서 처음 수술 받을 때,
수술 전엔 허리만 아픈 정도였다고 했다.
수술 후 일주일간 누워있었고,
이후 이 증상이 지속되어왔다고 했다.

놀라운 건,
병원에서는 수술은 잘 되었고 문제 없다고 했고

더 놀라운 건,
환자나 보호자나 별반 항의도 못하고
치료비 다 내고 지금까지 이 고생을 하고
여기저기 병원들 전전했다는..

결정타로 놀라웠던 건...
처음 수술 받은 병원은 그렇다 치고
어느 병원도 수술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제대로 설명도 안해줬다는 것..
제대로 진단을 못했거나,
알아도 수술할 능력이 없거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도 모험이 싫었거나...
다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환자는 자신의 그 처참한 증상에 대하여
8년간이나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
이 정도면 놀라움이 아니라 경악이다.

의사가 편히 살려면 의외로 쉬운 방법도 있구나..
가책,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면....

수술 후 일주일 째 기록...3일 후 부터 보조기 보행
- 대변을 8년 만에 자기 힘으로 봤네유
그동안에는 손으로 엉덩이 짜고 비틀고...애써야 했었는디..

서로 얼싸안고 웃으면서 마치 오랜 가족 상봉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느새 두 사람 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건 남겨두자...

건강한 가치관이 매도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인격이 내동댕이쳐지는..
내가 어찌할 수없는 일들로 인한,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이 ` 손님` 의 방문으로
영혼이 씻기는 듯 뭉클 위안이 되었다.
구원의 손길 같은 방문이었다...
환자가 아닌 손님으로서..
그래...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토끼를 잡자..절망을 외면하자...
점심시간..다이어트 겸 식사 거르고 이 글을 쓴 지금
다시금 그때의 뭉클함이 떠오른다.
하느님께 한 번 더 맛있는 감사의 기도..

이런 말은 하고 싶다.
책임지지 않는 인생을 살거면
의사도 하지 말고,
남자도 하지 말고,
사람도 하지 말라.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이(Freedom is not free)
의사도, 남자도, 사람도
공짜로 누리려고 하지 말라.
당신에게 주어진
의사라는 직업에 주어진 최소한의 사명감을
무책임이라는 비열함으로 퇴색시키지 말라.
사명감이 무겁다면, 최소한의 직업윤리라도 가져라.
남자라는 이름에 주어진 결단력을
여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심함으로 모욕하지 말라.
생명이라는 신의 축복을
회피라는 악마의 저주로 되갚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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